현재가를 주시하는 사람과 진입가격에 매달리는 사람

16 1

주가가 올라갈 것 같으면 아무리 싸게 매수했더라도 계속 보유해야 한다. 반면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면 아무리 비싸게 매수했더라도 팔아야 한다.

주가의 결정 요인에는 엄청나게 많은 변수들이 있다. 국제 경제, 국내 경기, 환율, 유가를 비롯한 큼직한 변수부터 시작해 계량화하기 힘든 CEO 변수, 사회 분위기, 투자 심리까지 수많은 변수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이 많은 변수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매수가격’이다.

지금 현재 가격이 5만 원인 주식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향후 이 주식이 올라갈지 내려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4만 원에 이 주식을 샀기 때문에 앞으로 이 주식은 크게 올라갈 것이고, 내가 6만 원에 샀기 때문에 이 주식은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은 전혀 무의미한 일이다. 주가의 예측과 전혀 무관한 이런 숫자는 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 다시 말해 향후 주가 전망에서 올라갈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아무리 싸게 매수했더라도 계속 보유하면 될 것이고, 주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판단이 서면 아무리 비싸게 매수했더라도 팔아야한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은 이런 면에 있어서도 단호한 모습을 보여준다. 즉 매수한 가격에 연연하지 않고 현재 주식시장이 어떤지 살펴보고 현재가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가가 매수가격보다 큰 폭으로 상승해도 더 올라갈 것 같으면 계속 보유하고 있는 배짱도 있고, 주가가 매수가격보다 큰 폭으로 하락해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일단 매도하고 보는 것이다. 이런 냉정함은 전문 직업 종사자들보다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마도 자기 사업을 해본 경험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에 비해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자신이 매수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했을 때 쉽게 팔지 못한다. 그 이유는 손해보고 팔 수 없다는 헛된 고집과 팔고나면 꼭 폭등할 것만 같은 기분 때문이다.

이럴 때는 역지사지의 방법으로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올 수 있다. 즉 내가 그 주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지 말고 돈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내가 그 주식을 살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자문해본다. 돈이 있어도 그 주식을 사는 데 망설여진다면 그 주식은 파는 것이 정답이다. 주식은 없고 돈만 있다고 가정했을 때 그 주식을 꼭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매도하지 말고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한다.

이런 방법 없이 막연하게 ‘손해 봤으니까 못 판다든지 팔고나서 오르면 어떡하지?’ 하는 기우로 주식을 매도하지 못한다면 주식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게된다.

향후 주가는 신도 모른다

사실 필자도 증권사의 현직 지점장으로 있지만, 주식 앞에서는 겸손해질 수밖에 없다. 대리나 과장 시절만 하더라도 마치 내가 예언자인양 “사모님, 저 주식 갑니다! 지금 못 사시면 평생 후회합니다”는 등의 협박(?)을 하기도 했고, 친구들 모임에 나가면 침을 튀겨가며 “이 주식이 좋네, 저 주식을 사야 하네” 하며 큰 소리를 치곤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으로 부끄럽다. 그리고 그 당시 그 판단들 중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부도 예상 종목의 리스트를 만들어 이 종목들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 것을 권해 고객들로부터 큰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2000년 초반의 코스닥 폭락기에는 부족하고 그릇된 상담으로 많은 고객들에게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1만 5천 원에 매수를 권유했던 식이 710원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쓰라린 가슴을 안으면서 지켜봐야만 했다

이런 혹독한 경험을 통해 필자는 주가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가 얼마에 샀으니까 잠시의 하락은 있더라도 다시 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은 절대 금물이다. 마찬가지로 내가 얼마에 팔았으니까 잠시의 상승은 있더라도 결국 하락할 것이라는 오만도 절대로 금물이다.

증시 속담에 “주가는 주가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다. 결코 내가 산 가격을 먼저 떠올려서 이 가격에 모든 의사결정을 맡기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