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또한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계좌에 현금이 있는 것을 참지 못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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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변수가 많아 주식으로 가지고 있으면 자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 반면 현금 보유는 최소한 자산이 풀어들 위험은 없어, 현금은 항상 필요하다

기대수익률에 대한 개념에서부터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과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은 차이가 난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의 기대수익률은 적정선에서 만족해 과욕을 부리지 않는 수치이고,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이 생각하는 기대수익률은 무조건 다다익선이다. 그래서 적정한 선에서 팔지 못하고 늘 과욕을 부린다. 이런 과욕은 대부분 적절한 시기의 매도 타이밍을 놓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정수익률은 종합주가지수의 상승폭 정도다. 그래서 종합주가지수의 상승폭보다 본인의 수익률이 더 높으면 그 초과 수익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고, 낮았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반성한다. 이는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한다. 종합주가지수의 하락폭보다 덜 하락했다면 양호하게 판단하고, 더 하락했다면 그 원인을 찾는다.

이에 비해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들은 종합주가지수의 상승폭만큼 수익을 올리는 투자자들도 많지 않은 현실에서 그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것이다.

이는 투자금액의 차이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5억 원을 투자하는 사람에게 10%의 수익은 5천만 원을 의미한다. 하지만 500만 원을 투자하는 사람에게 10%의 수익은 50만 원을 의미한다. 똑같은 10%의 수익이라도 투자금액에 따라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으로 돈을 잃은 사람의 마음은 늘 급하다. 그러다 보니 계좌에 늘 주식이 있어 야 마음이 놓인다. 계좌에 주식이 없으면 주식으로 돈을 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절부절한다.

이런 투자자들은 주식이 없는 틈을 타서 꼭 주가가 폭등할 것만 같은 기분 때문에 항상 잔고의 대부분이 주식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1년 중 주가가 오르는 날보다 내리는 날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상투 3일, 바닥 100일’이라고 하는 증시 격언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현금을 가지고 있을 때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은 그만큼 수양(?)이 덜 됐다는 얘기다. 또한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올리려고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조바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바심은 주식투자의 천적임을 명심해야 한다.

현금은 최고의 투자상품 중 하나다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의 계좌에는 항상 현금이 있다. 현금으로 가지고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또한 현금으로 가지고 있는 기간이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에 비해 월등히 길다. 주식으로 가지고 있으면 자산이 감소할 위험이 있지만, 현금으로 가지고 있으면 최소한 자산이 줄어들 위험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은 현금을 가지고 있을 때 ‘현금’이란 투자상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주식투자에 실패한 사람들이 수익에 초점을 맞춘다면 주식투자에 성공한 사람들은 리스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은 언제 어느 때 어떤 악재가 돌발할지 아무도 모른다. 굳이 1993년도의 금융실명제나 2001년의 9.11 테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러한 돌발 악재가 늘 존재하는 것이 주식시장이다. 따라서 ‘위기 상황을 대비하는 예비군’으로서의 현금은 항상 필요하다.

주식투자에서 실패한 사람들은 제한된 투자자금으로 빠른 시일 내에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이런 변수를 일부러 외면한다. 하지만 주식시장이라고 하는 곳은 참으로 냉정한 곳이어서 이런 투자자들의 소망과 편의를 봐주지 않는다. 그래서 준비되지 않은 투자자들은 돌발 악재에 희생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는 늘 좋지 못하다.

주식으로 돈 잃은 사람들이 주식을 팔고나서 금방 ‘뭘 살까?하고 계좌에 현금이 있는 것을 용서(?)하지 못할 때, 주식으로 돈 번 사람들은 언제 살까?’ 하고 계좌에 현금을 놓아두는 것이다.

건설 회사에 다니는 김 씨는 30대 초반에 주식투자를 시작해 숱하게 실패를 맛 보았다. 그러다 새롭게 마음을 먹고 주식투자시 필요한 기본 원칙부터 다시 정립해보았다. 나름대로 원칙도 세웠다. 주식을 팔고나면 적어도 한 달은 주식을 사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을 매도한 자금을 BMF(MMF가 있기 전의 증권사 단기금융상품)에 넣어 놓았다가 한 달이 지나면 다시 출금해 위탁자계좌로 입금했다.

그가 이런 특이한 방법을 사용했던 이유는 수익을 냈다는 우쭐함 때문에 투자 판단이 느슨해질 위험성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한 ‘내가 이 주식을 이익을 보고 팔았으면 다른 주식들도 마찬가질 것이다. 따라서 다른 주식을 산다면 어차피 오른 가격에 주식을 사야 하기 때문에 일단 쉬는 게 낫다’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넌지시 일러줬다. 종목별로 차별화되어 움직이는 현재의 장세와 달리 1980년대 후반의 주식시장은 오르면 모든 종목이 같이 오르고, 내리면 모든 종목이 같이 내리는 장세였기 때문이다. 김 씨의 이런 투자 철학은 자신의 산 경험을 토대로 형성된 것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